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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2008

3일째 셀폰 개통과 우리은행

아침 출근길에 픽업 온 인사실장님 차를 타고 30분을 달려 본사에 도착한다.
오는 차 안에서의 대화에서 많은 느낌이 교차한다. 25년을 미국에서 산 사람과 2일을 미국에서 산 사람의 차이는 너무나 클 것 같다.

점심시간 전에 리지필드 매장의 쇼핑몰에서 셀폰을 개통한다. 버라이죤은 500불, 힐리오는 100불 디파짓, 당연히 힐리오로 간다. 50불에 500분 무료통화,2년 약정...

같은 건물 우리은행 미국지점에서 한국사람과 반갑게 이야기 나누며 은행계좌를 개설한다.
어제의 BOA 마냥 최소 디파짓 금액이 없고 패널티도 없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기에 어제처럼 괴롭고 힘들지는 않는다. 고객으로의 은행 방문이 아닌 마치 유치원생이 은행을 견학하듯 한 BOA에서의 비굴함 보다도 이곳에서의 자유스러운 대화가 너무도 익숙하다. 하지만, 편한 것을 쫓는다면 결국 나는 힘들어 질 것이다....

* 우리은행 체킹어카운드 : 여권,거주주소와 이름이 적인 빌(힐리오 계약서로 무마? 시킴)

2일째 은행 계좌 개설

과거 새벽의 퇴근으로 몇 시간 눈을 붙인 뒤 출근하는 나에게 아침은 과분하고 부담이었다.

주인 아주머니의 정성스런 아침을 함께 먹고 Pick-up온 직원과 본사로 향한다.
3년전 인사를 나눴던 인사실장님과 최사장님께 인사드리고 새로운 회사에서의 첫 출발을 시작한다.

오후에는 1주일 전 먼저 온 직원의 뉴욕으로 발령이 난 탓에 집을 구하러 나오는 편에 함께 나와 은행계좌를 개설한다. Bank of America....미국 통장 번호만을 받고 나서 많은 차이점에 혼돈스럽지만 이제는 익숙해 지려고 노력한다. 아니 노력을 할 게 아니라 스폰지처럼 빨이들이고 받아들여야 한다. 여긴 미국이고 나는 어제 태어난 갓난아이다.

* 계좌개설 : 체킹어카운드(당좌거래) - 거주주소,전화번호,여권,한국신용카드,디파짓 500불...

과거를 잊는 시간

미처 인사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떠 올리면, 새벽 2시에 방화동과 발산동을 오가는 동안 많는 생각이 교차한다.
큰아들 용현이가 태어난 발산동, 힘든 3년을 우리와 함께 하며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 우리 가족을 지켜 주었던 큰아들이 마지막 밤을 보낸 방화동...눈물이 핑 돌며 한없이 큰 소리로 울어 제끼고 싶다. 혹자가 우는 이유를 묻는 다면 내가 오늘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처남에게 줄, 그전에 아내가 3개월 동안 운전연습을 할 싼타페를 정비/정돈한다. 그 많던 짐을 정리하고 나니 진작에 이렇게 정리하고 타고 다닐 걸 하는 후회가 엄습한다. 허나 이를 어쩌나? 안개등이 하나 나갔네!!!. 장인 어른이 그만 하고 들어 오라 하신다. 새벽 6시!

짐 가방 3개에 내 인생을 담고 공항에서 존경하는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인사드린다.
마냥 즐거운 두 딸에게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그저 조심하고 말 잘 듣고 잘 먹고...왜 사랑한다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는 걸까? 아내에게는 그나마 어깨를 다독이며 사랑한다는 표현을 대신하며 입국장을 빠져 나온다. 2008년 9월 29일 11시 15분 비행기가 힘차게 한국 땅을 밀쳐 내며 하늘로 떠나다.

복도 좌석이라 옆 사람 눈치 봐 가며 마지막 한국 땅을 힐끔거리는 순간, 지난 밤샘으로 눈을 뜨니 기내식이 앞에서 아른거린다. 게눈 감치듯 치워버린 빈 그릇을 보며 또 다시 눈가에 피가 몰린다.
2시간 지난 즈음 지난 번 유럽여행때 1박을 했던 나리따 공항에 들어 선다.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왠지 긴장이 풀리는 걸까? 남들이 길게 늘어선 입국심사대를 무시하고 아래층 트랜스퍼 존으로 그냥....어렵게 영어로 쏼라쏼라 하니 일본 직원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냥 웃으며 보안 검색하고 나서 트랜스퍼 대기 터미널 18번 구역에 항공사 있으니 보딩티켓 발부 받으라 한다. 남들보다 30분 이상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여유의 시간이 내게는 한없는 고통의 시간같이 느껴짐은 왜 일까?

2008년 9월 29일 13시 30분 도착후 2시간의 대기 시간을 마치고 진정 미국 땅을 향해 떠난다. 기내에서 줄곧 잠을 자던 나에게 애틀란다 도착 전 2번째 기내식을 제공하던 일본 승무원이 일어로 미국에 첨 가냐고 묻길레 그렇다 하니, 옆에서 보고 있던 또 다른 동양인 승무원이 한국사람이냐고 한국말로 물어 온다. 그렇다!!! 그나마 한민족이라고 뭐 하다 더 챙겨 주려 애쓰더니 슬리퍼와 세면도구가 든 손가방을 선물로 주며 행운을 빌어 준다...

기내에서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닌 이상 지금껏 한국에서의 기억들을 지우려 애를 쓴다. 39년...쉽지 않다.

일본을 떠난 지 10시간 인지 11시간인지 어느새 날짜 변경선을 넘어 온 나에게 새로운 시간이 주어 진다. 새로운 시간. 새로운 시간. 새로운 시간. 새삼스레 어머니의 따뜻하고 촉촉한 품에서 방금 갓 뛰쳐 나온 갓난 아이마냥 새로운 시간에 손목시계의 다이얼을 맞춘다. 이제 나는 0살!!!

CNN에서 연신 흘러 나오는 뉴욕증시의 대폭락 -777 포인트를 그져 가볍게 넘겨 버리며 제 갈 길을 재촉하는 미국인들을 바라보며 삶의 방식을 배운다. 3시간을 훌쩍 넘긴 대기 시간을 애꿋은 담배로 연신 채우고 나서 국내선에 몸을 싣는다. 한국의 고속버스마냥 다니는 미국의 국내선, 활주로 트래픽으로 인해 30분 늦게 엔진에 불을 붙인다.

다행스런운 건 출발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 시간이 별반 차이가 없다. 아예 트래픽을 예상한 스케줄인 건 지, 아님 하늘에서도 과속을 할 수 있는 건 지...그래도 예상보다 15분 정도 늦게 나를 마중나온 본사 인사팀 직원을 쉽게 만난다...그가 빌려 준 셀폰으로 아내와 통화 후 지난 주에 도착한 일행을 만나러 간다. 미국 뉴왁공항이다. 뉴욕의 엠파이어 빌딩의 철탑에 비춰진 강한 불빛을 바라보며 고속도로를 30분 달리고 나니 온통 한국 간판이다. 지금이 밤 10시이건만 왜 이리 분주한 걸까???

팰리사이트 팍!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 전체의 30% 정도가 산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없어서 고민하며 한국 식당을 찾았던 예전의 여행 경험이 우습다. 어디로 갈까 하는 고민에 빠지며 결국 들어선 곳은 명동칼국수. 삽겹살부터 등심, 곱창...식당 내부의 테이블이 가득 차서 주방 옆의 작은 한 켠의 테이블에 착석한 우리는 곱창을 굽고 소주를 들이키며 인사를 나눈다...한국인가?

밤 11시에 임시 거처로 정해 둔 가정집에 도착한다. 작은 체구의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가이 맞아 주시고 나의 힘든 여정을 반겨 준 두 사람이 떠난 즈음, 갑자기 불어 닥친 불안함이 어색하다.